29CM의 사업 모델에 강한 흥미를 느꼈습니다. Amazon에 있을 때, 시장의 유통 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예를 들어, “브랜드(제조사) > 총판 > 1차 유통사 > 2차 유통사 > …. > 고객” 식의 복잡하고 길었던 전통적인 유통 구조와 달리 브랜드에서 바로 고객에게 판매하는 DTC(Direct To Consumer) 모델이 등장한 거예요. 브랜드가 생산 역량을 자체적으로 보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던 과거 모델에 비해, 스스로 생산 역량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다품종 소량 생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신생 브랜드가 빠르게 생겨나고 있었죠. 이들은 비록 규모는 작았지만 개성이 넘치고 흥미로운 컨셉의 제품을 디자인하고 상품화할 줄 알았어요. 그러나 스스로 타깃 고객을 찾아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알리며 브랜딩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죠. 그 문제를 해결한다면 흥미로운 사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29CM의 사업을 처음 소개받고는 “29CM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당시에 이미 29CM는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하고 인큐베이션하며, 그들을 대신하여 브랜드 스토리를 고객에게 전달하며 큐레이션을 하고 있었어요. Amazon도 도전했지만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 29CM와 함께라면 해결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첫 번째 이유와 이어지는데요, 29CM가 이 문제를 잘 해결하려면 사업적으로 체계와 규모를 갖추는 등 확장의 가능성(Scalability)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건 제가 과거에 많이 해 보았던 일이었어요. 다만 문제는 리소스(돈, 사람)와 브랜드 파워가 막강했던 글로벌 테크 회사에서 사업의 스케일을 키우는 것과 둘 다 부족한 스타트업에서 그것을 하는 것은 완전히 차원이 다른 도전이라는 점이었죠. 저는 비슷한 수준의 문제를 반복해서 해결하는 것보다는 점점 더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도전하고 해결해 내어야 의미 있는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비록 주어진 여건은 많이 다르지만 과거 경험과 배움을 잘 살려서 도전해 보고 싶었습니다.
세 번째는 개인적 목표를 향해가는 단계로서 29CM의 대표 역할을 선택한 것이었어요. 어릴 적부터 “효과적인 경영자가 되어 좋은 사람들과 멋진 사업을 함께 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에 역량 있는 경영자가 되기 위해 익혀야 할 지식이나 갖추어야 할 경험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직무나 직장을 선택했어요. 과거 글로벌 회사에서 한국 지사장이나 아시아 지역 리더십 역할을 거치면서 여러 경영 기법을 익히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지만 워낙 큰 회사들이다 보니 제가 사업의 모든 영역을 관여하고 책임질 수는 없었죠. 그래서 사업 경영의 전반을 책임지는 역할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현재 29CM에서 저는 세일즈, 마케팅, 프로덕트, 엔지니어링, 크리에이티브, 운영 등 사업을 구성하는 다양한 부서가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의사결정을 하거나 혹은 지원하며, 건강한 업무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을 책임져야 합니다. 이렇게 넓은 폭의 리더십 역할은 처음이라 도전적일 때도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배움도 많고, 꿈에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듭니다.